무기력한 경관은 해괴한 짐승을 그린다 (2018-2022)
영남권 일대의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이나 사건이 있었던 곳을 방문했다. 도시 외곽을 배회하다 인공물이 서있는 공간에 들어선다. 울창한 초목 자연을 비집고 나오는 차가운 철근과 콘크리트 벽의 부조화는 오히려 아름다워 보인다. 로케이션은 자연과 인공의 공존, 그것으로부터 생긴 갈등,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풍경이다.
그곳에 연막탄을 터뜨려 풍경 속 시선이 몰리는 지점을 장악하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이것은 나무들 사이에 몸뚱이를 숨긴 고요한 알력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시각적 충동이다. 붉은 연기는 무의식과 의식의 파편이 공존하는 공간을 새로운 내러티브로 환유하는 매개물로 작동한다. 이미지를 압도하는 오브제가 개입되면서 관람자가 이미지를 다르게 해석하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2차원 정지 이미지가 드러내지 않는 숨겨진 진실과 현대 풍경의 부조리를 끄집어낸다.
이 내러티브에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풍경과 인공물, 붉은 연기가 뒤엉켜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풍경만 존재한다. 사진에 정지된 연기는 무한히 흐르고, 이미지의 주체는 끊임 없이 바뀐다. 연기가 자욱한 레이어가 올라오면서 풍경은 뒤로 간다. 인공물이 뒤따라 올라온다. 다시 연기가 올라온다. 일 분 남짓 타오르던 붉은 연막은 끝없는 레이어의 사이클에 갇혀 열 여섯 개의 님비 사건의 언어와 관습을 관통한다. 충돌하는 이미지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중첩과 분리를 반복하면서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진다.그러나 레이어가 바뀌는 순간은 풍경을 비집고 나오는 해괴한 짐승의 굶주린 몸짓을 가려줄 렌티큘러일 뿐이다.
연기가 자욱한 레이어가 올라오면서 풍경은 뒤로 간다. 인공물이 뒤따라 올라온다. 다시 연기가 올라온다. 정박된 연기는 이미지 안에서 무한히 흐르고, 레이어의 순서는 계속 섞이면서 이미지의 주체는 끊임 없이 바뀐다. 점화에서 소진까지 아무 의미도, 개념도 없이 40초 남짓 타오르던 연막은 언어로 치환된다.
사이클은 16개의 사건이 점이 하는 지점이 결국 풍경의 몫이 아님을 시사한다. 교차된 개념은 연속성을 가지고 우선을 앞다툰다. 충돌하는 이미지들은 사실 말하고 있다. 이미지는 중첩과 분리, 순서를 반복하면서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현시대의 비극과 희극의 가치관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어쩌면 연기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이미지가 만들어낸 빅 브라더이자 생채기다.
I visited sites across the Yeongnam region where social conflicts or incidents had taken place. Wandering the outskirts of cities, I entered spaces where artificial structures emerged from natural landscapes. The dissonance between the lush greenery and the cold, unyielding structures of steel and concrete revealed an unexpected beauty. These locations reflect the coexistence of nature and human-made elements, the resulting tensions, and the ongoing struggles tied to human desires.
In these landscapes, I set off red smoke grenades to create new focal points, reshaping the scene and generating fresh narratives. The smoke highlights subtle conflicts that quietly exist in these spaces. Acting as a bridge, the red smoke transforms the space into a story where fragments of the conscious and unconscious collide. By introducing this striking visual element, the work invites viewers to reinterpret the landscape, uncovering hidden truths and the absurdities of modern life that static images alone cannot fully convey.
Humans are absent from this narrative. Instead, only landscapes, artificial structures, and red smoke—intertwined with ideologies—inhabit the scene. In the stillness of a photograph, the smoke appears to flow endlessly, constantly shifting the focus. As dense layers of smoke rise, the landscape recedes, artificial structures take prominence, and then the smoke returns. The red smoke grenade, which burns for just a minute, becomes part of an endless cycle of layers, traversing the language and conventions of 16 NIMBY-related events. The overlapping and conflicting images speak their truths, repeatedly raising questions. Yet, as the layers shift, the smoke obscures the grotesque beast hidden within the landscape—a presence barely hinted at, like a fleeting illusion.
This cycle suggests that the connections between these 16 incidents extend beyond the landscape itself. Competing ideas overlap, separate, and repeat, struggling for attention. These images challenge viewers to question the values of our time, balancing between tragedy and comedy. The smoke is neither an affirmation nor a denial—it stands as both a mirror reflecting our time and a scar left behind by the image.